책에 대하여
『인스파이어드』는 IT 제품(앱, 웹, 일반 프로그램 등)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만들 수 있을지 가이드를 주는 책이다. 특히 IT 제품팀과 제품 관리자의 관점에서 중요한 내용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나는 엔지니어로서 더 나은 제품팀을 만드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그리고 엔지니어링 기술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점으로 읽어나갔다.
엔지니어의 역할에 주목하며
대부분의 내용은 제품팀과 제품 관리자, 그리고 제품을 발견하고 효율적으로 개선해나가는 방법에 집중되어 있다. 주제가 다소 좁지 않나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 안에서도 엔지니어의 역할을 다룬 부분은 특히 눈에 들어왔다. 정리하자면 이런 것들이다.
- 초기 제품 발견 과정에 적극 참여하여, 나중에 개발 단계에서 생기는 시행착오를 미리 방지하는 것
- 고객과의 만남에 직접 참여하여 창의적이고 새로운 방향의 솔루션, 이른바 ‘마법’을 만들어내는 것
- 프로토타이핑으로 빠르게 실험하고, 테스트 자동화로 검증하는 과정에 기여하는 것
용병팀에서 미션팀으로
사실 나는 일할 때 동료와 너무 가까울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각자가 프로로서 자기 포지션에서 할 일을 일정 내에 해내면 충분하지 않나 하는, 이른바 ‘용병팀 마인드’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고객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팀원들이 ‘미션팀’으로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제품의 성공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배웠다.
예전에는 다른 팀원들의 개인적인 부분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요즘은 건강이나 마음가짐에 이슈가 없는지 더 귀 기울여 보게 된다. 가까이서 일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점심을 먹는 과정이 더 나은 제품팀을 만드는 데 적잖이 기여한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한국 조직 문화와의 간극
한편으로는, 성공한 제품팀으로 거론되는 기라성 같은 기업들(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등)을 보면서 이것을 현실에 지혜롭게 적용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기업들의 조직 문화는 꽤나 날카로운 것으로 유명하다. 팀의 성과가 낮으면 하루아침에 팀을 해체하거나 해고해버리고, 보통 오전 7~8시에 출근해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며, 식사도 간단히 해결하고 가족과의 시간을 위해 주어진 시간 안에 일을 마치고 일찍 퇴근한다.
한국의 직장 문화 아래에서 이런 살벌한 조직 문화를 안고 갈 수 있을까. 성과를 위해 모두가 전력투구할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생기는 낙오자와 상처 입는 사람들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팀이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이 되고, 또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해진다. 아마 계속 고민하면서 만들어나가야 할 부분일 것 같다.
잦은 이터레이션의 중요성
IT 제품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고생해서 기획하고 만든 기능이 싸늘한 고객의 반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다는 뜻이다. 그래서 빠르게 반복 실험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나갈 수 있고, 책에서도 이를 ‘잦은 이터레이션을 통한 개선’으로 자주 언급한다. 고생해서 개발까지 마쳤는데 고객이 원하지 않았다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다. 다양한 프로토타이핑 기법과 실험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더 기민하게 캐치할 수 있어야 한다.
IT 제품의 핸드북으로
책에는 다양한 프로세스와 노하우가 담겨 있어,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읽을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하기에 좋을 듯하다. 특히 제품의 발견, 검증, 테스트, 리스크 관리 등 실전적인 방법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점이 훌륭하다. IT 제품의 레시피이자 핸드북처럼 옆에 두고 쓰면 좋을 책이다.